PART 1 · 01/10

"It's the strategy, stupid"

AI 시대에도 비즈니스 전략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목표와 과제 목록이 아니라 진단 · 추진방침 · 일관된 행동을 갖춘 비즈니스 전략이 우선이고, 특정 문제의 해법으로 AI가 선택될 때 비로소 AX 전략이 파생된다.

모두가 각자의 AX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어떤 AI 서비스를 도입할지, 어떤 업무를 AX할지, 토큰 비용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논의한다. AX 과제 후보를 모으고 나름의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매긴 뒤 PoC 프로젝트를 띄운다. 몇 주, 혹은 몇 달 뒤 시연회에서 문제없이 시연을 마치고 나면 그제야 다들 한숨을 돌린다. 각자의 방식으로 AX와 관련된 무언가가 추진되고 있지만, 속으로는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한다. '이거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아?' 모두가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모두가 불안하다. 그래서 다른 회사들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염탐한다. 글로벌 컨설팅 펌이 발간했다는 리포트를 읽고, 링크드인을 끊임없이 스크롤하며 다른 사람들의 시도를 중독적으로 읽는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AI 시대에는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AI-Native 전략이 중요하다', '모든 걸 다 뜯어고쳐야 한다'. 정작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대체 그놈의 AX 전략의 정체가 뭔지 제대로 말해주는 자료도 사람도 없다. 도구와 사례와 과제와 시도만 파편적으로 넘쳐날 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AI 시대의 새로운 전략 프레임워크 같은 것은 없다. AI가 있든 없든, 앞으로 LLM의 지능이 얼마나 더 발전하든 비즈니스 전략의 본질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AI 시대에만 통하는 새로운 종류의 전략이 생긴 것이 아니다. 전략의 원형을 구성하는 요소는 바뀐 적이 없고, 과거에도 현재에도 좋은 비즈니스 전략과 나쁜 비즈니스 전략이 있을 뿐이다.

좋은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참고할 만한 정석이 있다. 전략의 대가 리처드 럼멜트에 따르면 좋은 전략의 중핵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①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문제 중 무엇이 결정적인 허들인지 정의하는 '진단', ② 그 허들을 어떻게 돌파할지 정하는 '추진방침', ③ 그 방침에 맞춰 정렬된 '일관된 행동'이다.

이 세 가지를 갖췄다고 반드시 좋은 전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단이 틀릴 수도 있고, 추진방침이 엉성할 수도 있고, 행동이 제대로 정렬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셋 중 하나라도 없다면 좋은 전략과 나쁜 전략을 따지기 전에 아직 전략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이 세 가지는 좋은 전략의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다.

지금 우리가 AX 전략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이 기준에 따라 다시 보면 왜 우리 모두가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지 분명해진다. 대부분의 AX 전략에는 목표와 과제가 있다. AI-Native Company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고, 어떤 워크플로우를 AX하겠다는 과제 목록이 있다. 챗봇을 만들고, 문서 초안을 자동화하고, RAG로 사내 검색을 붙이고, 구성원의 AI 리터러시를 높이겠다는 행동도 있다. 그런데 지금 이 회사가 비즈니스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무엇이 결정적인 허들로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단으로부터 출발하지 않는다. 그 진단이 없으니 여러 과제 가운데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은 하지 않을지 판단할 수 있는 추진방침도 없다. 목표와 과제 사이에 있어야 할 전략이 부재하다. AX라는 구호만 있을 뿐이다.

전략은 목표도 아니고 AX 과제 후보 리스트도 아니다. 'AI-Native Company가 되기 위해 모든 워크플로우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자'는 말은 그럴듯한 추진방침처럼 보이지만, 어떤 허들을 제거하기 위한 추진방침인지 알 수 없다. 또한 '이런저런 워크플로우를 AX하자'는 말은 행동처럼 보이지만, 어떤 방침에 따라 그 행동들이 서로 정렬되어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목표와 과제가 아무리 많아도 그 사이를 잇는 진단과 추진방침이 없다면, 모든 과업은 허무한 부분최적화에 머물게 된다.

그런데 기술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이 당연한 순서를 잊는다. 모바일이 등장하면 모바일 전략을 만들고, DT가 유행하면 DT 전략을 만들고, AI가 등장하면 AX 전략을 만든다. 기술의 이름 뒤에 전략이라는 말을 붙이고 새로운 전략 장르가 하나 생겼다고 믿는 건 사실상 코미디에 가깝다. 모바일 전략이나 AX 전략이라는 이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이름을 붙이는 순간 비즈니스 전략과 별개로 기술 전략부터 세울 수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 문제다.

AX 전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 전략과 독립해 먼저 세울 수 있는 AX 전략이 없다는 뜻이다. 먼저 좋은 비즈니스 전략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문제를 고르고, 그 문제를 어떻게 돌파할지 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채용, 외주, 조직 재편, M&A 같은 수단과 AI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한다. 이 문제에서는 AI가 다른 수단보다 더 나은 해법이라고 판정되는 순간, 그때 비로소 AI로 그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AX 전략이 비즈니스 전략의 하위 모듈로 등장한다. AI를 도입하기 위해 풀 문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풀어야 할 문제에서 출발해 AI를 선택하는 순서다.

그러니 AX 전략은 비즈니스 전략의 대체재가 아니다. 비즈니스 전략보다 먼저 세우는 독립된 전략도 아니다. 좋은 비즈니스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특정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AI를 선택했을 뿐이다. 여전히 필요한 것은 단 하나, 우리 기업에 필요한 좋은 전략이다.

... 정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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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AX 전략을 설계하는 팀을 위한 안내서